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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달음산 산행 후기-회원 전근자님 글

작성자:시각복지관 | 작성일자:2012.03.13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등산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등산을 다녀와서 이렇게 아프기는 처음인

것 같다. 그렇다고 몸살은 아니고 팔 다리가 너무 아파 마음대로 행동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

니다. 어제 울산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올 들어 두번째 등산을 갔다. 날이 많이 풀렸다는 생

각에 봄나들이라도 가는 심정으로 많이 참여를 하게 되었기에 SK 울산CLX 사회공헌팀에서 버스

지원과 아홉 명의 봉사자가 나왔고, '숲의 천사' 라 명명한 산악봉사자들도 함께 참여를 하였

다. 자동차에서 내린 곳은 부산 기장군의 '달음산'이다. 우리 복지관에서 아주 오랫동안 등산

을 해왔지만 이 산은 처음이다. 산 가까이 가니 시냇물 출렁출렁 흘러가는 소리 들려 봄을 실감

케 했다. 다리를 쭈욱 벌려 징검다리도 건너고 습지 같은 곳도 지나니 산의 초입에 다다른다.

한쪽엔 등산 지팡이를 들고 한 손은 봉사자 손을 잡는다. 산을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땀도 나

고 힘도 든다. 등산잠바를 벗어 배낭에 집어 넣고 다시 길을 간다. 산 정상까지가 2.5 km라 하

니 만만해 보인다. 반 시간 정도를 헉헉거리며 올라가니 거기서부턴 커다란 바윗돌이 나타나 우

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험한 길을 가면서도 입은 연신 떠들고 웃느라 정신 없다. 갈수록 태

산이라더니 정말 그렇네? 이건 말 그대로 바위산이 아냐? 계단도 아니고 흙길도 아닌 들쭉날쭉

한 바윗돌을 딛고 올라야 한다. 앞으로 1km만 가면 정상이라네? 어이구 미쳐! 바위를 타고 오르

다가 바위 사이로 겨우 빠져나가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가파른 철계단이 나타난다. 이 철계단이

만들어지기 전엔 이 산 정상에 접근을 못하였다 하니 알만하지 않는가! 두 사람만 낙오되고 나

머지는 모두 정상석이 세워진 해발 587미터에 찜을 한다. 넓적한 바위들이 쭉 깔린 곳인 정상에

서 도시락 펴들고 먹는다. 잠시 앉아 있으려니 이젠 추워서 덜덜 떨린다. 얼른 잠바를 입고 김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김밥이 맛있는지 미쳐 몰랐네? 얼마나 힘을 빼고 올라왔는지 모두

들 맛있게 먹는다. SK 개미사랑봉사단에서 돼지머리 누른 편육과 김치를 준비했고 맛좋은 김밥

도 가져왔다. 우리가 낸 회비로는 간식거리를 샀겠지? 김밥 뚜껑에다 편육과 김치를 올려놓고

먹고 또 먹는다. 누가 가져왔는지 상큼한 막걸리도 있고 금방 끓인듯한 커피도 있다. 모자에는

싸락눈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빨리빨리 사진 한 방 박고는 하산을 한다. 산을 오를 때

두 시간 걸렸으니 내려갈땐 한시간 반이면 되겠지? 근데 웬걸! 내려가는 길이 더욱 힘들다. 산


을 오를땐 무엇을 잡고서라도 오르기만 하면 되었는데 내려가는 길은 잘못하다간 코 깨지게 생

겼으니 말이다. 아무리 내려가고 또 내려 가도 끝이 없다. 내 짝지는 에스케이 사원이었는데 죽

이 척척 맞아서 힘든 가운데서도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앞의 여자는 왜 자꾸 뒤로 오는 거

야? 무서워서 엉덩이를 뒤로 빼는 것을 보고 재미있게 설명을 하니 모두들 웃느라 바쁘다. 중

간 쯤 내려 오니 싸락눈이 물로 변하여 길은 진창이다. 어머, 우리가 이런 길을 올라갔단 말이

지? 오르락내리락은 전혀 없고 급경사 길을 곧장 오르기만 한 거다. 그러니 내리막길이 얼마나

미끄럽고 힘이 드는지? 이젠 다 왔다고 하면서도 길은 계속하여 나타난다. 나도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다리가 후들거려 걷기가 힘들어진다. 내 가랭이 찢어진다고 소리 치면 그래

도 깨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니 조금만 참으란다. 험한 길을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될런지 봉사

자가 무척 난감해 한다. 길을 못 내려가 쩔쩔 매면 지나가던 다른 등산객이 내 팔을 잡아 도와

주기도 한다. 내 짝지 말이, 넘어져도 괜찮으니 발을 앞으로 내어밀라고 하면 지나가던 등산객

이 하는 말, 넘어지면 다치는데 그렇게 말하면 되냐고 야단도 친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미끄

러지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나중엔 써레질한 논을 걸은 것처럼 신발도 옷도 엉망이다. 산 아

래 내려와 물에다 대충 씻느라고들 야단이지만 난 그럴 힘도 없어 그냥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앉아서들 한 마디 씩 한다. 난 죽어도 다시 여기 안 올 거야! 난 죽을 때까지 이 달음산을 못잊

을 거야!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숲의천사 회원들과 에스케이 회사에 감사드린다. 매 월 둘째 주

토요일에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등산 모임이 있으니 많은 회원들의 동참을 바라는 마음에

서 이 글을 올립니다. 다음 달엔 진달래 산(천주산)을 찾아갑니다.



댓글1: 남궁장(낙화암) : 추억을 하나 만드셨네요. '진달래산'이라 그 진달래꽃은 입안에 물고, 등산하시면, 아주 좋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남부지방과는 다르겠지만, 만수산이나 한번 다녀올까 하네요. 즐거운 등산코스 되시길 기원하면서 그럼. : (2012-03-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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