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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00호 특집-당신을 응원합니다!]“30년간 볼 수 있었던 저는

작성자:시각복지관 | 작성일자:2017.06.09

[지령 8000호 특집-당신을 응원합니다!] 표지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3960 김민서(48·울산시 남구 무거동)씨는 앞이 전혀 안보이는 시각장애인이다. 그가 앓은 병명은 망막색소변성증. 현대의학으로는 근본치료가 불가능하고 이식 또한 안된다. 망막세포가 손상되면서 서서히 시력을 잃게된다. 자신의 병을 알게된 건, 꽃다웠던 20대 중반이었다. 어렸을 땐 그저 남들보다 시력이 나쁜 정도인 줄 알았는데, 대학을 다닌 뒤부터는 부쩍 시야가 흐려졌다. 엄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네 눈은 낫지 않는다’고, 아니 ‘점점 더 나빠져 종래는 한 줄기 빛조차 분간하지 못한다’고 차마 알려줄 수 없었다. 망막색소변성증에 시력 잃었지만 장애인탁구 시 대표선수로 맹활약 시낭송가·사회자로도 왕성한 활동 “도움 받은만큼 주변 장애인 돕고파” 처음에는 실감이 안났다. 불편하긴 했지만 사회활동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30대를 지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예상대로 민서씨의 시야는 시시각각 좁혀졌고 어느 새 두꺼운 장막으로 완전히 뒤덮혔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서씨는 그 암흑 속에서 거꾸로 희망을 봤다. 한 살 연하의 남편을 만난 것도 그 시절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를 위해 남편은 언제나 손을 잡아줬고 행복한 결혼식도 치렀다. 건강한 아들도 낳았다. 민서씨의 머리 속엔 아직도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이 각인돼 있다. 유일하게 기억하는 아들의 얼굴이다. 그 아들이 자라서 올해 중학생이 됐다. “전 행복한 사람입니다. 선천적인 장애도 아니고, 사고로 한순간에 시각을 잃은 것도 아니예요. 장애에 적응할 수 있었던 시간이 충분했으니까요. 30년간 지켜 본 온갖 것들이 지금 생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이만하면, 감사한 것 아닌가요?” 물론 이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데는 가족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결혼 전에는, 단지 불편할 뿐 불가능은 없다는 가족의 가르침이 있었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함께 할 가족이 있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살아야 할 충분한 동기가 됐다. 그는 아들이 어린이집을 가게 된 이후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을 다니며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우선 전국단위 장애인탁구대회에 참가해 단체전·개인전을 휩쓸었다. 시 대표 선수로 활약하며 ‘할 수 있다’는 마법같은 주문을 주변에 퍼트렸고 자신 또한 큰 용기를 얻었다. 욕심을 내 지난 2009년부터는 시낭송가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무대에서 시를 읽었지만, 요즘은 오영수문학관의 전담 시낭송가로 알려질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올 봄에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사회를 보기도 했고, 다음 달엔 경기도 안양에서 열릴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 자선콘서트의 진행도 맡게된다. 민서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던 전력을 살려 자작시를 낭송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를 도와준 사람들이 많아요. 받은만큼 돌려줘야 이치에 맞지요. 복지관 동료상담수업을 받은 뒤 저와 같은 장애인이 재활할 수 있도록 멘토-멘티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용기를 심어주고 세상으로 이끄는 일, 주변 장애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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